초가와 틈. 선과 선이 미묘하게 어긋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면과 공간도 덩달아 휘었다. 오가는 길, 어디든 있을법한 모난 자연석을 대충 다듬은 듯 주춧돌이 정겹다. 본연의 생김을 존중하듯 최소한으로 매만진 나무 기둥이 꿈틀거린다. 거친 현무암과 고운 황토로 쌓아 올린 벽은 흙빛 바닥이 수직으로 솟구쳐 오른 듯하다. 잘 마른 짚을 켜켜이 올려 엮은 지붕은 제주의 산과 오름이 그렇듯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성읍 초가는 이렇듯 자연스럽다. 주택의 재료, 요소가 자연에 살던 때의 개성을 유지한 채 서로 맞물린다. 인공의 색은 없다. 주관을 상실하지 않은 본연의 자유, 굽은 것은 굽은 것 그대로 거친 것은 거친 것 그대로 어우러져 불균형한 균형을 이룬다. 초가에는 틈이 있다. 그리고 이 틈으로 자연이 드나든다. 빛과 공기가 안과 밖을 넘나들고 처음부터 통해 있었다는 듯 어지러이 배회한다. 제주의 거센 바람을 흘려보내며 견고히 서 있는 돌담처럼 닫혀있으면서도 열려있다. 하늘, 구름, 마당, 흙, 돌, 나무 등 밖의 요소가 안의 요소로 전환된다. 이로써 공간은 끝없이 밖으로 안으로 확장한다. 그렇게 경계는 더욱더 묘연해진다. 종이로 만든 창호는 외부의 시각 정보를 여과하고 빛만을 추려 따스하게 데운다. 포근함을 더한 맑은 빛이 마루와 방 안 깊은 곳에서 너울거린다. 이곳의 초가는 천 년을 살았다는 마을의 한 고목과도 참 많이 닮았다. 대담하게 그어내는 붓놀림처럼 시간을 몸에 새기고 뒤틀리듯 뻗어난 가지가 하늘 위를 거침없이 가로지른다. 해가 지면 초가와 나무는 밤하늘만큼이나 두텁고 깊은 신비를 겹겹이 두른다. 숨죽여 눈을 감고 뜨기를 되풀이해보지만, 오직 같은 것만을 볼 수 있다. 그간 겪어보지 못한 완전한 어둠, 도시의 빛 공해가 닿지 않는 이곳은 빛으로 열리고 어둠에 닫힌다.

Artist Statement | Text by 50BELL

Light Lines – 틈
pigment print on paper
870 × 670 mm.
Jeju, South Korea, 2022.

Filtered Light – 빛의 여과
pigment print on paper
604 × 870 mm.
Jeju, South Korea, 2022.

Reflection – 고요한 너울
pigment print on paper
870 × 670 mm.
Jeju, South Korea, 2022.

In and Out – 드나듦
pigment print on paper
870 × 670 mm.
Jeju, South Korea, 2022.

Framed – 품은 풍경
pigment print on paper
870 × 670 mm.
Jeju, South Korea, 2022.

___
성읍새김
Seongeupsaegim


기간: 2022.3.25. – 5.31.
장소: 성읍민속마을 마방터
주차: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778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서귀포시
주관: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 성읍1리마을
협력: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사)성읍민속마을보존회

후원: 성읍1리노인회·부녀회·청년회, 성읍마을취타풍물단
참여작가:
오영종 (50BELL)
강정효
고영일
·고경대 (큰바다영)
임종도

기획: 한정희
Back to Top